정부는 한·미 통상장관 간 협의는 예정된 25일(현지시간) 진행되고, 2+2 협의도 곧 재추진한다며 우려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양국 간 고위급 만남에 잇따른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상호관세 부과 예고 시점에 앞서 협상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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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미국 재무부로부터 만남 취소 이메일을 받은 걸 두고 외교·통상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측 설명대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긴급 일정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담판을 앞둔 미국 측의 줄다리기식 협상 전략일 수도 있다.
통상업계와 외신 보도를 종합했을 때 한·미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4000억달러(약 547조원)의 투자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5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 조성을 약속했으니 한국도 이에 버금가는 대미 투자를 약속하라는 것이다.
반면, 통상업계가 추산하는 한국 측 기업의 추가적인 투자계획은 1000억달러 안팎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발표했거나 진행 중인 투자약속 약 1000억달러를 더해도 미국 측 제시 추정액의 절반 수준이다.
더욱이 한국 정부가 미국 측이 요구해 온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비관세장벽 문제 해소에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며 미국 측의 불만을 샀을 가능성도 있다.
한·미 고위급 간 만남에서의 이상기류는 이뿐 아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고자 지난 20일 미국으로 향했으나 만남 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호출을 이유로 전화 통화만 이뤄진 채 귀국했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달할 박용만 대미 특사단 단장(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방미 일정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루비오 장관과 다음 주께 만남을 조율 중이지만 아직 첫 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계속 같은 패턴이 이어지는 중”이라며 “미국과의 이견이 좀 더 남은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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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역시 “한·미 통상협의 때문이라기보단 그쪽에 급한 일이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안갯속…극적 조기 합의 가능성도
다만, 결과적으로 한·미간 협상 결과는 안갯속이다. 미국 측은 이날 2+2 통상협의 불발을 사과하며 빠른 재추진을 약속했으나 언제가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만약 베선트 장관이 25~29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한다면 상호관세 부과가 예고된 8월1일 전 만남 자체가 쉽지 않다.
대미 협상이 늦어진다면 우리 수출 경쟁력은 크게 약화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우리의 최대 수출 경쟁상대인 일본과 자동차를 포함한 관세율 15% 인하에 합의했다. 또 EU 등 주요국과의 합의도 15% 선에서 막판 조율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물론 25일(현지시간) 통상장관 간의 만남만으로 극적인 조기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미·일 협상으로 최저 관세율 15%라는 가이드라인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물밑 협상 과정에서 이미 제시 가능한 카드를 대부분 교환한 만큼 2+2 관세협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통상장관끼리 빠르게 합의할 여지도 있다.
구 교수는 “우리가 적정선에서 대미투자와 비관세장벽 해소안을 제시한다면 조기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꽤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미국도 결국 타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줄다리기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론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날 귀국길 기자들을 만나 “협상이 중요한 막바지 국면”이라며 “(방미 기간) 다양한 인사들과 충분히 협의했다”고 강조했다.